-서치펌 대표, 헤드헌터 김진구의 일과 원칙
Prologue - 'The Right Person'을 찾는 일
사람이 회사의 미래를 바꾼다. 특히 임원 채용은 그 무게가 다르다. 어떤 리더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조직은 더 멀리 가거나, 제자리에 머물거나,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김진구 대표는 이 무게를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말한다.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찾느냐 못 찾느냐의 문제다.”
“후보자는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맞는 사람(the right person)을 찾는게 헤드헌터의 일이다.
1. What Now - 후보자 추천 기준 4가지
임원 영입은 ‘직책’이 아니라 ‘성과의 방향’을 고르는 일이다. 하나의 본부를 맡는 사람, 회사의 향배를 바꿀 CEO. 그는 인재 추천 전에 네 가지를 본다.
사람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
첫째, 태도다. 후보자를 처음 만났을 때의 말투와 매너,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살핀다.
둘째, 직무 전문성이다. 경력기술서에 적힌 역량이 현장에서 증명되어 왔는가 검증한다.
셋째, 조직과의 적합도(Culture Fit)도 중요하다. 기업마다 ‘스마트함’의 정의가 다르다. 어떤 곳은 명료한 커뮤니케이션과 추진력을, 또 다른 곳은 성실과 꾸준함을 더 크고 중요하게 평가한다.
넷째, 리더십이다. 이는 파트장이나 팀장 같은 보직과 무관하다. 과업 앞에서 먼저 나서고,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있는가 본다. 긍정적인 자세로 과제 해결을 고민하는 태도가 필수다.
JD 너머 언어를 배우다
첫 성공은 한 연구기관의 ‘수행 비서’ 채용에서 왔다. 자격 요건은 명확했고, 역할은 복합적이었다. 처음에는 JD에 맞춰 추천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숨은 니즈의 단어—주도성과 추진력—을 떠올렸다. 그 기준을 더해 다시 서치를 시작했고, 비서 경력은 없었지만 현장에서 단련된 후보자를 찾았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 뒤로 그는 명시되지 않은 니즈에서 정확한 언어를 끌어내는 법을 배웠다.
한 사람을 찾는 일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가 오히려 선명한 답을 낳을 때가 있다. 한 글로벌 스포츠 프로젝트 담당 임원 추천에서 대륙을 넘나들며 후보자를 탐색한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여러 후보자를 거쳐, 두 세계를 잇는 한 사람을 결국 찾아냈다. 제안은 받아들여졌고, 프로젝트는 실현되었다.
2. What Next - 미래를 관통하는 본질
설득이 아닌 합의를 향하여
실패는 기준과 질문을 명확하게 한다. 한 유통사의 임원 영입 프로젝트에서 일이다. 채용 제안서에 서명까지 마친 후보자가 주말 사이 입장을 바꾼 경험이 있었다. 김 대표는 그날 이후 ‘서명 전 충분한 심사숙고’와, ‘결정 이후 책임’을 질 수 있는 후보자여야 한다는 문장을 더 단단히 새겼다. 당장의 이익보다 조직의 신뢰와 장기적인 관계에 더 많은 무게를 둔다.
“성공은 설득이 아니라 합의입니다. 신뢰감 없는 성사는 성립되지 않아요.”
기술이 닿을 수 없는 영역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그는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진구 대표는 AI가 헤드헌터의 단순 업무를 돕겠지만,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예를 들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JD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 리스트를 AI가 1차로 스크리닝하면 헤드헌터는 그 후보자들의 숨은 역량과 인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고객사의 숨은 맥락을 읽고, 후보자의 경력 개발을 컨설팅하며 감정의 결을 다루는 일. 헤드헌팅이 단순히 이력서와 직무 기술서(JD)를 매칭하는 기계적인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최적의 연결을 만드는 '섬세한 과정'이라는 본질을 강조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깊이 있는 소통과 신뢰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답
결국 전문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신뢰를 쌓는 헤드헌터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글로벌 인재 영입이 보편화 되는 시대에도 그의 답은 본질로 향했다.
3. Personal - 꾸준함이 만든 성실한 시간
은행원에서 헤드헌터로
초반은 벽의 연속이었다. ‘최선을 다했는데 떨어졌다, 그 다음은 어디서 찾지?’를 반복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더 어려운 건을 붙들고 버티다 보면 노하우가 쌓이고 기준이 생긴다는 사실을.
단단한 루틴의 힘
최선의 판단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 그는 매일 아침 한 시간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3종류의 신문과 최신 경영 트렌드 서적을 읽으며 생각의 근육을 키운다. 이 단단한 루틴이 매일의 예리한 판단을 지키는 힘이 된다.
4. Advice - 뒤에 올 헤드헌터 후배들에게
이 일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대신 기준이 있다. 한 번의 성사보다 다음 프로젝트의 신뢰를 쌓을 것.
숫자는 따라온다. 기왕 선택한 일이라면, 집중하고 몰입하라.
진정으로 보람 있고, 정년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다.
"숫자는 따라온다. 집중과 몰입이 중요하다."
5. Philosophy - 합의와 신뢰의 균형
정직이라는 나침반
그의 일에는 ‘정직’과 ‘비밀 유지’가 전제다. 비공개 요청이 있는 채용은 끝까지 비밀을 지킨다. 욕심나는 유능한 후보자를 만나더라도 그에게 업종·위상·맥락만 설명하고 서류 통과와 인터뷰 일정이 확정 되어서야 회사명을 알린다. 때로는 후보자의 약점을 알게 되었을 때 숨기고 싶은 유혹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직을 답으로 두면, 그런 갈등 앞에서 고민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당장의 성사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사와의 장기적인 신뢰이기 때문이다.
"정직을 답으로 두면, 고민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균형을 지키는 원칙
후보자에게 회사는 ‘나의 다음 문장’이어야 한다. 좋은 글은 앞뒤 문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듯이, 이직하려는 회사도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경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연봉이나 직급만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스스로가 자신의 강점, 약점, 가치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커리어 스토리를 쓰고 싶은지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 좋은 제안의 시작은 나 자신을 아는 '자기 점검'에서 출발한다.
평판 조회는 후보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하되, 신뢰하는 제3자를 통한 블라인드 확인으로 객관적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Epilogue - 매력으로 끌고, 정직으로 쌓는다
스무 해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헤드헌팅은 ‘천직’이다. 후보자를 찾아 인터뷰하고, 고객사와 채용을 논의하며, 매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일의 보람을 확인해 왔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헤드헌터란,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되 정직으로 신뢰를 쌓는 사람이다.
결국 그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되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그만의 주문. 인터뷰를 시작했던 그의 첫마디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습니다.”
[HEAR FROM A HEADHUNTER] 인터뷰 시리즈는 히든 탤런트를 세상과 연결하고자 헤드헌터가 된 나의 배움의 기록이다.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는 현장에 헤드헌터들의 지혜를 수집중이다. 그들의 일의 서사를 따라가며, 내가 이 업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스스로 탐색중이다. 그 문장이 언젠가 누군가의 다음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바라며.
* 인터뷰어, 편집: 헤드헌터 전혜영
* 인터뷰이: 에이스파트너스 서치펌, 김진구 대표